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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남양주 여행] 국내 최초 거미박사가 만든 이색박물관 '주필거미박물관'

거미를 보면 떠오르는 생각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미를 무섭고 징그럽게 생각하지만 사실 거미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완벽한 대칭을 이룬 형태 뿐 아니라 색깔과 털 등 들여다 볼수록 오묘함을 느끼게 된다.
그런 거미에 빠져 평생 채집하고 연구하고 박물관까지 차린 사람이 있다. ‘거미박사’로 불리우는 김주필 동국대 석좌교수가 그 주인공. 김 박사를 만나러 남양주 운길산(해발 610m) 자락에 있는 ‘주필거미박물관’(www.arachnopia.com)을 찾았다.
주필거미박물관은 산수 좋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맞닿은 두물머리 인근의 운길산 골짜기에 자리잡았다. 박물관 이름은 설립자인 김주필 박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거미에 관한 모든 것이 소장되어 있는 세계에서 하나뿐인 사설 박물관으로서 2004년 5월 1일 문을 열었다.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세계 유일의 박물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말 그대로 거미에 관한 모든 걸 모아 놓았다. 살아있는 각종 거미와 곤충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실감할 수 있다.

박물관 실내로 들어서면 전 세계에서 채집한 5,000여 종의 거미가 사방으로 전시돼 있다. 바퀴벌레를 주식으로 하는 농발거미, 거미줄을 못 만드는 장님거미 등 한국거미와 독성이 가장 강하다는 검은과부거미 등의 표본이 줄지어 놓여 있다.

살아 있는 거미(타란툴라)도 많다. 열대지방에 사는 타란툴라는 성체가 최대 30㎝까지 자랄 만큼 몸집이 크다. 대부분 15년 이상 장수한다. 타란툴라 중에서도 성질이 온순한 칠리안 로즈헤어 종은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직접 만져 볼 수도 있다.


국내 최초로 거미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김 교수가 거미의 세계에 빠져든 것은 30여년 전 대학원생 시절. 곤충을 채집하러 계곡에 갔다가 우연히 희귀 거미들을 발견하면부터 거미에 흥미를 갖고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 서식하는 거미 1,000여 종 중 한국땅거미, 버들염낭거미 등 130여 종은 그가 찾아낸 것들이다. 그동안 거미를 채집하느라 들판의 돌담을 부수는 바람에 지역 주민들에게 욕 먹은 적도 있고 깊은 산속에서 거미를 채집하다가 간첩으로 몰린 경우도 여러번 있었다고 한다. 김 박사는 다양한 한국 거미들을 해외에 알리고자 1984년부터 1년에 두 차례씩 ‘한국거미’라는 학술전문지를 발간해 국내외 거미학자들에게 발송해 왔고 전 세계 2,000여 종의 거미를 학문적으로 분류한 ‘거미도감’도 내놨다.

2004년부터 거미사육장, 거미박물관 등을 갖춘 ‘아라크노피아(거미천국) 생태수목원’을 개원해 일반인들에게 거미를 널리 알리고 있다.

김 박사는 “외국에서는 거미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몇몇 학자들에 의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후원이 이뤄지고, 정부에서 과학문화에 대한 대대적인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만 이 같은 사설박물관이 명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라크노피아에는 거미박물관 외에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화석을 모아놓은 인류문화관, 비취규화목관, 연미술관, 종유석실, 야생화정원, 조각공원, 장승공원 등이 2만여 평 부지 위에 아기자기하게 들어서 있다. 거미 채집과 분류 등 생태체험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래의 생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학영재반을 만들어 김 박사가 직접 가르치기도 한다. 경치가 좋아 다양한 체험과 놀이를 즐길 수 있어 1박2일 코스로 가족끼리 주말나들이 하기에 안성마춤인 장소다. 아라크노피아 내에 펜션도 운영하고 있어 하룻밤 묵기에도 편리하다.

<아라크노피아에는 거미박물관 외에 야외조각공원, 장승공원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주소: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 528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식목원 포함 입장료: 대인 6,000원. 중고생 5,000원. 4세 이상 4,000원

문의전화: 031)576-79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