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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아침엔 우유 탄 진한 블랙퍼스트티 한잔을

<박현정 기자의 Tea Time>

 

아침엔 우유 탄 진한 블랙퍼스트티 한잔을

영국 홍차

 

차 문화가 발달한 영국에서는 시간마다 그때그때 적합한 홍차를 골라 마시는 티타임을 즐긴다. 하루 일과를 짬짬이 나누어 한 템포 쉬며 홍차를 들이키는 영국의 티타임에는 각 시간대별로 티타임에 걸맞은 이름이 붙어 있다.

얼리모닝티(Early morning tea or Bed tea)는 아침잠을 깨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마시는 차다. 한국에서는 부인의 애정도를 아침메뉴로 가늠할 수 있다는 진심 섞인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영국에서는 남편이 부인에게 만들어 주는 얼리모닝티를 통해 애정의 정도를 가늠한다. 블랙퍼스트티(breakfast tea)는 아침식사와 곁들이는 차다. 영국식 아침식사는 홍차와 토스트, 달걀, 베이컨, 과일 등이 차려진다. 홍차 대신 차가운 우유를 마시는 것은 미국식이다.

 

 

 

일레븐시즈(elevenses) 오전 10시와 11시 사이에 잠시 일하는 도중 기분전환을 위해 15분 정도 짬을 내어 마시는 차다. 런치티(lunch tea)는 점심식사와 함께 마시는 차고, 티브레이크(tea break)는 회사에서 업무를 보는 중간 간식을 곁들여 짧은 휴식을 즐기는 차다.

그 유명한 영국을 대표하는 애프터눈티(afternoon tea)는 오후의 나른함을 쫓기 위해 4시와 5시 사이에 마시는 차이며, 하이티(high tea 혹은 meat tea)는 영국 노동자들이 일을 마치고 돌아와 오후 6시께 간단한 식사와 함께 마시는 차를 가리킨다.

디너티(dinner tea)는 제대로 된 만찬에 곁들이는 차고, 에프터디너티(After dinner tea)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마시는 차다. 이때 초콜릿 등 단 과자와 같이 마시는 경우가 많고 위스키나 브랜디를 타서 마시기도 한다. 다이제스천티(digestion tea)라고 저녁식사 후 소화를 돕기 위해 마시는 차도 있고, 나이트티(night tea)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마시는 차다.

이처럼 영국 사람들은 시간대별로 다른 목적에 따라 차를 마시기 때문에 티타임마다 차의 품종과 향을 달리해 선택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아침에는 잠을 깨우는 각성 효과를 줄 수 있도록 홍차를 진하게 우려내 우유를 타서 부드럽게 마시고, 오후에는 나른한 기분을 전환할 수 있도록 상쾌한 향을 가미하며, 저녁에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입가심을 하는 것이다.

영국 사람들의 오랜 습관 중 하나가 아침에 블랙퍼스트티에 우유를 첨가해 마시는 것이다. 밀크티 또는 크림티로 불리는 이 차는 영국에 홍차가 전래된 이래 생겨난 오래된 풍습이다. 블랙퍼스트티는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기 위한 전통차인 셈이다. 영국의 각 가정에서는 아침마다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나 아삼 같은 진한 차에 우유를 넣어 마신다. 잠을 깨기 위해 하루 중 가장 진한 홍차를 마셔야겠는데 홍차의 진함을 부드럽게 풀어주고 영양도 함께 섭취하기 위해 우유와 함께 먹는 것이 제격이다.

우유를 넣은 뜨거운 홍차는 밤새 휴식을 취하던 위장과 머리를 깨운다. 몸에 좋은 항산화제 성분이 가득 들어있는 홍차와 다량의 영양 성분이 함유돼 있는 우유가 만나면 정말 맛있는 밀크티가 된다. 밀크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떤 홍차를 선택하느냐다.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나 아삼 등이 좋은 이유는 밀크티로 만들었을 때 우유를 잘 이겨내고 어우러지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블랙퍼스트티는 스리랑카(실론) 계열의 다양한 홍차들과 인도차 중 아삼을 혼합한 경우가 많다.

꽃샘 추위가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는 4, 따뜻한 밀크티와 함께 봄을 맞이하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