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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이천 산수유둘레길]노란 꽃물결 따라 울려퍼지는 '봄의 찬가'

지난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봄이 오는가 싶으면 느닷없이 하늘에선 눈발이 날렸고 봄을 시샘하는 추위는 가실 줄을 몰랐다. 그렇게 봄은 더디게 왔다. 올 듯 말 듯 슬며시 우리 곁에 온 봄. 늦게 왔음을 사과라도 하듯 기다림에 지친 이들에게 한 아름 꽃다발을 안긴다. 너무나 짧아 더욱 아련한 봄날, 그 봄이 선사하는 첫 번째 선물인 ‘산수유꽃’이 온 천지를 노랗게 물들였다.

 

 

중부고속도로 서이천 IC를 빠져나와 이정표를 따라 구불구불 10여분 달리면 어느새 ‘이천 산수유마을’에 다다른다.

‘이천 산수유마을’은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 경사리, 송말리 일대를 말한다. 수령이 100~500년 넘는 산수유나무 1만8,000여 그루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이 마을은 지리산 자락의 전남 구례군 산동마을과 더불어 산수유 꽃 감상 여행지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백사면 도립리는 마을 전체가 산수유나무로 뒤덮여 있어 초봄에는 노란 꽃과 가을엔 선홍빛 열매가 온 마을을 감싸는 전국 제일의 산수유 산지로 꼽힌다.

마을에 들어서자 입구는 대규모 주차장 공사가 한창이다. ‘남자에게 참 좋은데~~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는 한 건강식품의 광고가 뜨면서 산수유의 효능이 널리 알려졌고 산수유 산지인 이곳이 웰빙 여행지로 함께 떴다.

이런 산수유의 인기에 힘입어 이천시는 올해 마을 일대를 돌아보는 ‘산수유둘레길’을 새롭게 선보였다. 산수유마을을 품고 낙수제와 영원사를 돌아오는 5.3㎞ 구간의 호젓한 길로 올해 4월 산수유축제기간에 맞춰 개방됐다.

마을 입구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오면 보이는 도립리마을회관은 산수유둘레길의 출발지점이다. 마을회관에서 출발해 길을 따라 더 올라오면 여기저기 노란 물감을 뿌려 놓은 듯 흐드러지게 핀 산수유꽃을 만날 수 있다. 개울 옆이며 밭둑과 산길, 심지어는 축사 옆에도 어김없이 하늘하늘 노란 꽃망울을 흩날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길을 따라 더 위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산수유마을을 품고 도는 산길은 아래로 노란 산수유꽃, 양 옆으로 하얀 벚꽃과 싱그러운 초록잎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산 위에서 내려다본 마을 모습이 마치 노오란 산수유 꽃물결 속 유유히 떠 있는 섬처럼 아름다웠다.

숲길을 지나 다시 마을길로 들어서자, 샛노란 산수유 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목 아래 할머니 서넛이 좌판을 펼치고 앉아 있었다.

“이리 오소~ 퍼뜩 와서 이거 먹고 가이소~”

구성진 가락에 맞쳐 사람을 부르는 할머니의 손짓에 가까이 가보니 선홍색이 고운 산수유막걸리와 산수유차, 산수유열매가 나란히 줄을 맞춰 손님을 맞이했다.

“구경은 잘했는교? 시원하게 여기 그늘에서 쉬었다 가이소. 커피 한잔 타줄게. 돈 안받으니깐 걱정하지 말고 이리 오이소.”

그늘 자리 한 켠을 내주며 할머니는 말을 이었다.

“이 산수유막걸리도 맛 좀 보이소. 우리 마을에서 직접 키우고 딴 산수유로 만들어서 맛도 좋고 몸에도 좋아. 3~4월에는 산수유꽃 보러 사람들이 오고 11월에는 빨간 산수유 열매 보러 몰려 오니 얼마나 이쁜지 몰러. 우리 마을의 보물이야 보물.”

노오란 산수유꽃나무 아래 할머니의 구성진 가락이 울려 퍼진다. 할머니의 얼굴 위로 환한 미소가 활짝 피었다.

이미영 기자 misaga@gfeo.or.kr

 

 

 

사랑하는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좋은 산수유둘레길. 산수유 군락을 가운데 끼고 낙수제와 영원사를 돌아오는 5.3㎞ 구간의 호젓한 숲길로 이뤄졌다.

 

 

 

흐드러지게 핀 산수유꽃숲을 지나 논두렁을 걷는 나들이객들과 이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카메라맨. 봄이 주는 선물, 이 멋진 장관을 조금이라도 더 간직하고픈 카메라맨의 손이 바쁘다.

 

 

흔히 산수유꽃은 봄의 전령사라고 불린다. 개나리꽃과 진달래보다 더 먼저 개화하고 그 아름다움을 더 오래 간직하기 때문. 11월에 열리는 산수유 열매는 간과 신장을 보호하며 몸을 단단하게 하고, 특유의 신맛은 근육의 수축력을 높여주고 방광의 조절능력을 향상시켜 어린이의 야뇨증과 노인의 요실금 증상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산수유마을 안에는 육괴정 이라는 문화유적지가 하나 숨어 있다. 향토유적 제13호로 지정된 이곳 육괴정 주변에는 500년 이상 된 느티나무 몇 그루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 고풍스러움을 더해준다. 백사면의 산수유 역사는 500년 전 조선 중종 14년(1519년) 기묘사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란을 피해 낙향한 신진사류 엄용순 등 6명의 선비가 이곳에 모여 살며 산수유를 처음 심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길을 걷다보면 마을주민들이 나와 산수유열매부터 산수유막걸리, 산수유차, 산수유한과 등 산수유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백사면 산수유마을에서 산수유는 마을의 명물이자 주민들의 주 소득원이다.

 

 

 

산수유둘레길에는 산수유꽃만 있는 게 아니다. 하얀 벚꽃 나무는 물론 소나무 숲길 등 다채로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둘레길 중간 지점에 그네가 있다. 힘껏 발을 굴러 하늘 높이 그네를 띄우면 발 아래 노오란 꽃물결이 넘실된다.

 

나무를 깎아 만든 장승이 관광객들을 환한 미소로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