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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通

기문홍차-훈연향과 난향 담은 독특한 향 뽐내

<박현정 기자의 Tea Time>

 

훈연향과 난향 담은 독특한 향 뽐내

기문(祁門)홍차

 

다질링, 우바와 함께 세계 3대 홍차로 인정받고 있는 중국의 기문(祁門)홍차. 기문홍차는 차의 고향 중국에서 귀족들만 즐기는 고급차로 취급된다. 그만큼 맛과 품격이 높기로 유명하다.

중국 상하이 서쪽에 위치한 안휘성 서남부에 자리 잡고 있는 기문은 당나라 때부터 녹차를 생산하던 곳으로 알려진 곳이었으나 19세기부터 홍차의 산지로 이름을 얻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언제부터 홍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녹차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산화, 발효 과정이 일어나 우롱차와 홍차 같은 발효차들이 등장했는데 이것이 유럽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중국차의 수요를 뛰어넘었다. 기문 홍차를 처음 맛본 유럽 사람들은 동양의 브르고뉴라고 찬사를 보냈다. 육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유럽인들에게 홍차가 요리의 풍미를 살려주는 역할을 멋지게 해낸 것이다. 식후에 마시는 홍차 역시 입안의 느끼함과 냄새를 깔끔하게 제거해주어 유럽인들은 홍차에 더욱 빠져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생활이 육식 위주로 바뀌면서 홍차 애호인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중국의 십대 명차 중 하나인 기문홍차는 완전발효차로 비교적 낮은 고원지대에서 자라는 찻잎으로 만든다. 찻잎이 짧고 단단하게 롤링돼 있어 검은 빛을 띤다. 초기에는 두툼한 바늘형태로 외형이 제조됐으나 현재는 찻물을 우려내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대부분 파쇄형 홍차로 제조되고 있다.

찻물색은 짙은 오렌지색으로 깊고 기품 있는 맛이 난다. 향이 오래 가는 것으로 유명한 기문홍차는 풍미가 좋다. 기문의 홍차는 인도나 스리랑카와 달리 발효를 위해 열을 가한다. 그리고 몇 번의 제다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서 스모키향이 자연스럽게 배인다. 차를 처음 입에 대면 은근한 스모키향(훈연향)이 느껴지고,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조금 기다리면 그때서야 그 유명한 난향을 느낄 수가 있다. 그을음향이 있는 독특한 기문홍차는 사탕향 또는 사과향이 난다고도 하고, 프랑스에서는 코코아향이 풍긴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기문홍차는 다질링처럼 단독으로 마실 수도 있고 여러 블렌딩 홍차의 베이스로 활용되어 풍부한 향을 가진 홍차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홍차전문가 최예선 씨는 홍차 브랜드인 니나스(Nina’s)는 기문을 베이스로 다양한 꽃과 허브를 화려하게 블렌딩한 프렌치 스타일의 홍차를 선보이고, 위타드는 단독으로 마실 수 있는 기문홍차를 내놓아 풍부한 향을 마음껏 전해준다고 소개한다.

기본적인 홍차 향에 훈연향과 난향이 어우러지는 섬세하고 독특한 향기를 담고 있는 기문홍차는 토스트나 잼 같은 달콤하고 고소한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그러나 품질 좋은 기문 홍차를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해외여행 중 사오는 기문 홍차나 시중에서 판매하는 기문홍차는 그 품질의 편차가 심하다. 기문홍차는 중국에서는 기홍(祁紅)이라고 불린다. 등소평 주석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기홍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평소 즐겨 마신 것으로 전해진다. 등소평 덕분에 더욱 유명해진 기문홍차의 극상품은 어쩌면 등소평만의 음료인지도 모른다. 보통사람들은 구하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