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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新 환율전쟁 시작됐다

新 환율전쟁 시작됐다
美·日, $·¥ 살포에 주변국들 신음
EU, 미·일 환율정책 강력 비판… 원화 고공행진에 수출경쟁력 저하




지난 1월 23일부터 27일까지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의 가장 뜨거운 쟁점은 ‘환율’이었다. 특히 일본 아베정권이 들어선 후 의도적으로 엔화의 가치를 내리려는 일명 ‘아베노믹스’에 대한 각국 정상들의 우 려와 비판이 다보스포럼 내내 이어졌다.

환율전쟁 도화선, 아베노믹스
아베노믹스는 지난해 9월 일본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현 아베 총리가 같은 해 11월 중반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경기부양책이다. 아베 정부는 긴 경제침체와 디 플레이션, 그리고 높은 엔화가치로 인한 일본기업의 경쟁력 약화 등을 개선하기 위해 2%의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3%를 목표로 한 금융완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는 제로금리 유지, 매월 13조엔 규모의 자산 매입 등을 포함한 무제한 금융완화 정책, 10조3,000만엔 규모의 경기부양책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정부의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은 곧 바로 엔화 약세로 나타났다. 엔화는 지난해 9월 중 달러 대비 77.6엔(=1달러)이었 지만, 2월 1일 91.8엔으로 무려 18.3%나 가치가 하락했다. 그리고 2월 중순에는 다시 94엔대로 떨어졌다.
일본종합연구소는 2013년 엔/달러 환율이 1달러당 82엔에서 85엔으로 상승할 경우 일본의 실질수출은 1.1%, 90엔일 경우는 2.3%, 95엔일 때는 3.5%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당 엔화가치가 1엔 하락하면 일본의 자동차 회사 도요타의 영업이익이 연간 350억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주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도적인 엔화 약세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진 세계 각국은 일본의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그 1차 전장이 바로 다보스포럼이었다.

위기의 유로존, 환율전쟁 동참하나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였다. 그는 다보스포럼 기간 중 연설을 통해 “G20 사이에 일본 정부가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일본을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세계 각국
의 중앙은행장들 역시 일본의 인위적인 환율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중앙은행의 머번 킹 총재는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고 보는 국가가 있다”며 일본을 지목했고, 독일 분
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환율의 정치화”라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각국의 날선 비판에도 일본 정부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아마리 아키라 일본경제재정상은 “일본정부가 의도적으로 엔화가치를 떨어뜨리려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비판을 일축했다.
사실 환율전쟁을 먼저 시작한 것은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7.8%인 미국의 실업률이 6.5%로 떨어질 때까지 제로금리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이미 남유럽 재정위기로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던 유럽은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다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환율에 민감한 산업구조를 가진 프랑스의 경우 엔·달러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진 유로화 가치에 대해 예민해 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초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의회에서 “시장의 분위기에 맞춰 유로가 요동치면 안된다”면서 “유로존은 환율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화, 9.7% 고평가 돼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로 자국의 화폐가치가 높아지면서 수출경쟁력이 타격을 입기 시작하자 다른 나라들도 이에 대응하는 정책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페루 정부는 페루 화폐인 솔을 찍어 달러로 교환해 세계은행 등에 진 20억달러의 빚을 조기에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또 콜롬비아는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5월까지 매일 3,000만달러를 매입, 총 30억달러를 시중에서 거둬들이겠다고 밝히는 등 이제 환율전쟁은 남미로까지 불똥이 튄 형국이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원화 가치 상승이 눈에 띄게 가파르다. 지난해 1월 100엔당 1,490원대에 머물던 엔/원 환율은 12월 1,310원대로 떨어졌다가 1월 말 경에는 1,198원대까지 낮아졌다. 달러/원 환율 역시 지난해 6월초 1,177원대에서 1월 말 1,066원까지 떨어졌다.
주태진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원/달러 환율(평균)은 작년 12월 중 1,076원으로, 실질실효환율로 추정한 균형환율인 1,086.1원에 비해 0.9% 고평가된 반면, 엔/달러 환율(평균)은 작년 12월 83.6엔으로, 실질실효환율로 추정한 균형환율인 78.3엔에 비해 9.7% 정도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또 원高-엔低의 심화로 원/엔 환율(평균)은 작년 10월 고평가 국면에 진입해, 작년 12월 중 9.7% 정도 고평가 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질실효환율지수는 명목환율을 교역상대국 교역비중으로 가중평균한 후 물가지수 변동을 감안, 산출한 이론적 환율로 각 국가 통화가 어느 정도의 실질구매력을 갖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준시점 대비 100보다 크면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 상품 절반 이상 일본과 중복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월 초 발행한 경제주평 <아베노믹스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에 따르면 ‘아베노믹스는 단기적으로는 수출 부진, 경상수지 악화 등 국내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며,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통해 국내 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하락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보고서는 원/엔 환율 1% 하락 시 국내 총수출은 0.92%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토대로 일본정부의 연평균 엔/달러 환율 변동 기대치인 7% 정도 원/엔 환율이 하락할 경우 국내 수출은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원/엔 환율 1%가 100엔당 12원 꼴이므로 국내 수출이 6% 이상 감소할 경우 그 금액만 350억달러 가까이 된다.
한국무역협회가 2월 발표한 <최근 엔화 약세와 우리 수출에의 영향>이란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기업 43%가 원화강세로 수출상담·계약 차질을 경험했으며, 19%는 채산성 악화로 수출포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중견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원화강세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대응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하연 대신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수출품목의 비중이 높아 엔/달러 환율의 상승은 국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휴대폰을 제외한 석유제품, 자동차, LCD, 선박, 자동차 등 우리나라 수출 상위 100대 품목 중 절반가량이 일본의 상위 100대 품목과 중복되며, 이 품목의 수출이 우리 총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금속 분야 가장 피해 커
지난해 3월 대한상의는 <엔저 현상이 기업에 미치는 영항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따르면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예상되는 피해로 응답기업의 62.1%가 ‘일본 기업과의 경쟁력 저하로 인한 해외 시장 점유율 하락’을, 47.6%가 ‘일본기업과의 경쟁 심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꼽았다. 그리고 피해를 입은 기업으로는 철강·금속 97.6%, 조선·플랜트·기자재 86.4%, 음식료·생활용품 82.9%, 반도체·디스플레이 76.9%, 기계·정밀 69.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엔화 약세는 관광수지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본격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일본의 한국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개월 연속 감소한 반면, 한국의 일본관광객 수는 10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들어 일본인 관광객 수가 지난 4개월 동안의 감소폭인 약 18% 정도만 2012년 대비 축소될 경우, 약 7억달러의 관광수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하지만 원/엔 환율 하락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엔화가 약세를 나타내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완화되면서 세계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의미한다”며 “엔화 약세기에 원화 강세를 나타내더라도 세계수요의 확대를 동반하는 경우에는 전반적인 수출증가세가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엔저 현상이 달러당 90엔 내외의 수준에 그치고 원화가치도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원/엔 환율이 100엔당 1,100원을 크게 밑돌지 않는다면 한국경제·산업에 대한 엔저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하연 대신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도 “최근의 엔화 약세는 펀더멘탈 측면의 변화 보다는 일본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 등 시장 심리의 영향이 큰 것으로 사료된다”며 “세계 경기 회복에 따 른 교역량 확대와 경기부양 효과로 무역 수지가 개선되고 일본 경기가 회복한다면 엔화 약세에 따른 부담은 상쇄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원高, 중소기업엔 치명적
그동안 선진국들은 신흥국들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 비난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들 스스로 그들이 비난하던 외환시장 개입을 시작했다. 특히 20년 가까이 불황에 허덕이던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은 세계 환율전쟁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아베노믹스란 이름 하에 노골적으로 환율에 개입하는 일본을 두고 세계 지도자들은 ‘근린궁핍화정책(b eggar thy neighbour)’을 펴고 있다고 비판한다. 근린궁핍화정책은 영국의 경제학자 조안 로빈슨이 이름 지은 용어로 ‘다른 나라 경제를 희생시키면서 자국의 이익을 취하는 정책’을 뜻한다. 한 마디로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 정책’이다.
환율 전쟁에서 우리나라는 약자다. 특히 최근의 재정건전성 등으로 인한 신용등급 상승, 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 등과 같은 경제에 대한 신뢰감은 원화를 안전 자산으로 인식하게 해, 엔화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원화의 가치상승은 이미 글로벌화 된 대기업들에게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생사의 갈림길이 되고 있다.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살리겠다”는 미국과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무제한 돈을 찍어내겠다”는 일본의 선전포고에 우리 정부가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 이신덕 기자 l oponce@gfeo.or.kr

 

 

기고 l 환율전쟁과 경기도
외투기업·관광객 유치 등 타격 불가피

국내 내수경기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 증대를 통한 경기활력 회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국내기업의 가격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6%를 담당하는 경기도(지역내총생산 대비 수출 비율 40%)의 경우, 원화가치 상승으로 인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지역 경제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기지역의 경우 일본과의 수출경합도가 높은 산업이 환율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기준으로 경기지역의 수출 상위 4대 품목(전기전자, 자동차 및 부품, 기계류, 정밀기기)이 일본의 수출 상위 4대 품목과 일치하고, 이들 품목이 경기지역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0%에 달한다. 더욱이 경기지역의 대일본 수출 및 수입의 상위 4대 품목(전기전자, 기계류, 플라스틱제품, 정밀기기)도 서로 중복되기 때문에, 원/엔 환율의 하락은 경기지역 수출 감소뿐만 아니라 향후 내수시장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원/엔 환율이 1% 하락할 경우 경기도의 총 수출은 1.1% 감소하고, 산업별 수출에 대한 영향은 정밀기기, 전기전자, 자동차 및 부품, 기계류 순으로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화가치 상승은 경기도에서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외국기업 유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원화가치 상승은 외국기업의 국내 직접투자비용을 증가시켜 한국으로의 진출 매력도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일본기업의 경우 지난 2개월 간 환율효과만으로 투자비가 약 10% 증가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또한 원화가치 상승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를 감소시켜 서비스수지를 악화시킨다. 2010년 3월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전년동월 대비)하던 외국인 관광객 수가 작년 11월 이후 감소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한류문화 중심지로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경기도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글로벌 차원의 환율전쟁으로 인한 원화가치 변동성 확대는 외환시장을 교란시키고 기업들이 환리스크에 노출되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112개 수출중소기업 중에서 65.1%가 실질적으로 환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수출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는 환리스크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원화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자금난에 직면한 기업들이 해외차입을 늘리는 유인을 제공한다. 그러나
세계 금융 불안이 재개되어 원화가치가 급락하면 해외차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은 심각한 부채부담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급격한 원화가치 절상은 주요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주요국의 부당한 외환시장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환율안정화 정책수단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중 FTA를 조속히 체결하여 비가격부문에서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중소기업이 FTA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수출중소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수출대상 국가별·산업별로 수출기업을 선별하여 관리하고 중앙-지방정부 간 정보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저평가된 원화가치에 기댄 가격경쟁력 제고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원가경쟁력 강화 뿐만 아니라 품질경쟁력 향상과 제품차별화 전략이 필수적이다. 수출대상국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 소프트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