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기도通

경기도 역사기행 | 의왕 하우현성당

돌로 지은 사제관에 기와지붕 특이
의왕 하우현성당


 


▲하우현성당 전경

안양 인덕원에서 청계산 입구를 지나 성남 판교로 넘어가는 고개에는 특 별한 성당이 있다. 청계산과 광교산을 잇 는 사이 고개, 속칭 하우고개를 끼고 청 계산 자락에 자리한 이 성당의 이름은 ‘하 우현성당’이다. 이 성당이 특별한 이유는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것은 ‘사제 관’이다. 이 사제관은 지난 2001년 경기 도기념물 제176호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본당 성당
가끔 신문 등에 가족과 함께 가볼만한 여행지로 소개되는 하우현성당은, 우리 나라 성당 본당 중 가장 규모가 작다. 이 소담한 성당은 마치 영화 속 작은 교회를 연상시킨다. 하얀색 성당과 뒤쪽으로 돌 로 짓고 기와지붕을 얹은 사제관은 언뜻 서로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성당 안은 의자가 아니라 바닥에 앉아 미사를 보도 록 되어 있다.
성당의 안내문에 따르면 현재의 교우 수는 약 180여명. 성당이 위치한 의왕시 청계동 일대에 옹기종기 모여 살며 축산 과 농업을 하는 농민들이다.
지금은 큰 도로가 앞을 지나가고, 청계산 이 등산로로 인기를 얻으면서 이곳도 외 진 숲속에서 벗어났지만, 처음 성당이 생 길 무렵인 19세기 초반은 제법 외딴 산속 이었다. 때문에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피 해 숨어 살았고, 자연스럽게 교우촌이 형 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난 온 천주 교인들이 땅을 파고 토굴에서 살았던 곳 이라 해 ‘토굴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경기도기념물 제176호인 하우현성당 사제관. 석조건물에 기와를 얹은 ‘한양절충식(韓洋折衷式)’ 건물이다.

사제관은 경기도기념물 176호로 지정
하우현성당도 순교의 역사를 잇고 있다. 1801년 신유박해 때와 1845년, 이곳에서 순교자가 나왔고, 당시 프랑스인 선교사도 순교를 당했다. 하우현성당 사제관 앞에는 그 당시 순교한 선교사의 동상이 서 있다.
동상의 주인공은 성 서 루도비코 볼리외 신부다. 서 신부는 1865년 조선에 도착해 약 9개월 정도 선교활동을 하다가 순교를 당했다. 그가 조선에 도착했을 때 나이 24세였다. 당시 조선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12명의 신부 중 가장 어린나이였다. 서 신부는 1982년 9월 하우현성당의 주보성인으로 모셔졌다.
하우현성당이 처음 건립된 것은 1894년이다. 성당은 초기 초가로 된 목조강당 10칸으로 건립됐고, 1899년 본당으로 승격됐다. 경기도기념물로 지정된 사제관은 1900년에 지어졌다.
이 사제관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몸체는 돌로 지어졌고, 지붕은 골기와를 얹은 팔작지붕 집이다.
우리나라 전통건축기법과 서양식기법이 절충된, 일명 ‘한양절충식(韓洋折衷式)’ 건물로 20세기 초반 성당의 사제관이 이 양식을 채택한 것은 드문 경우라고 한다.



‘십자가의 길’ 등 잔잔한 볼거리 많아
하우현은 ‘원터’라는 지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과거 이곳에는 ‘동양원(東陽院)’이라는 역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는 인천 제물포와 이천, 여주를 잇는 간선로가 이곳을 지나고 있어 역원이 이곳에 설치돼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간선도로 대신 안양과 판교를 잇는 57번 지방도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교통의 요지다. 하우현성당이 있는 원터는 청계산을 오르는 여러 등산로 중 하나인 원터기점이기도 하다.
의왕-과천 간 고속도로를 타다가 백운저수지 방면으로 내려 안양-판교로로 갈아타고 판교 방향으로 가다보면 원터와 하우현성당의 안내표지가 나온다. 도로 옆길로 내려가 좌회전 후 지하도를 통과하면 바로 하우현성당의 모습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평일에도 미사를 드리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주차장은 넉넉한 편이다. 성당과 사무실 사이에 작은 공터가 있고, 뒤로 기단을 쌓아 지은 사제관이 보인다. 사제관 앞에는 성당 안내판과 서 루도비코 볼리외 신부의 동상, 김영근 베드로 신부 기념비, 그리고 한국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기도문 등이 있다.
또 성당 왼편에는 예수님이 로마총독 빌라도에게 서 있는 모습부터 시작해 고난 받고 하늘에 오를 때까지를 표현한 ‘십자가의 길’ 15처가 시계방향으로 놓여 있다. 일반적으로 십자가의 길은 14처인데, 하우현성당은 하나가 더 많은 셈이다.
역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든, 쉼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든 찾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떠나는 여행은 훨씬 더 많은 즐거움을 안겨준다. 하우현성당은 특히 더 그런 곳이다.

이신덕 기자 l opence@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