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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광주 남한산성길-솔향기 맡으며 역사의 괘를 돌리다

<테마기행->


가운데는 평평하고 바깥은 험한 웅장한 형세를 하고 있는 남한산성을 느린 걸음으로 걷노라면 하늘과 바람과 역사 속에 변화해 온 우리네 삶을 가슴으로 만나게 된다.

 

광주 남한산성길

솔향기 맡으며 역사의 괘를 돌리다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아름다울 것인가, 살아서 더러울 것인가?”

16361214일부터 1637130일까지 병자호란의 굴욕의 역사를 담은 김훈의 장편소설 <남한산성>. 소설은 인조의 고뇌, 조정 내부의 갈등과 반목, 민초들의 고통 등이 뒤엉킨 참담하고 고통스러웠던 낱낱의 기록을 통해 독자에게 삶은 치욕을 견디는 나날이었음을 일깨운다. 베스트셀러 대작답게 김훈의 <남한산성> 이후 47간의 굴욕의 역사처절한 항전으로 기억되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다. 그 덕분일까. 단순한 등산코스였던 남한산성은 이제 민족의 영욕과 함께한 문화유산으로, 긴 역사를 간직한 걷기 명소로 재조명·재평가 받고 있다.

남한산성을 따라가는 길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고즈넉한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곤줄박이도 만나고, 딱따구리도 만난다.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은 손에 닿을 듯 가까워진다.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눈으로 밟아 만나는 남한산성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변천해온 만큼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경기도 광주시와 하남시, 성남시에 걸쳐 있는 남한산성은 길이 9.5, 동서남북에 각각 4개의 문과 문루, 8개의 암문이 있으며, 동서남북 4곳의 장대와 함께 성 안에는 수어청과 관아, 창고, 행궁 등 250여개의 문화유적이 분포해 있어 볼거리가 풍부하다. 더욱이 남한산성처럼 체성이 완전히 남아 있는 성곽은 드물기에 역사적 흔적을 돌아보며 걷기 좋다.

남한산성길은 대부분의 코스가 청량산 능선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져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걷을 수 있다. 단출한 차림의 노인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남한산성 걷기는 크게 5개 코스로 나뉘지만 걷고 싶은 길은 지천에 깔려 있다. 정해진 길에서 살짝만 벗어나도 샛길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남한산성을 대표하는 걷기 코스는 남문에서 수어장대를 거쳐 북문에 이르는 2.8구간이다. 성벽 길옆으로 깔끔하게 포장돼 있는 산책로가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산성종로에서 침괘정과 행궁을 잇는 코스도 괜찮다. 침괘정, 행궁, 숭열전 등 각각의 유적들이 등산로 부근에 모여 있어 동선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땀을 낼 수 있는 등산은 산성종로에서 수어장대까지 곧바로 다녀오는 코스나 남문에서 수어장대를 거쳐 행궁 방면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손꼽힌다. 남한산성 숲길 가운데 가장 호젓하고 아늑한 길도 있다. 현절사에서 동장대를 거쳐 가는 벌봉이 그 곳인데 활엽수가 깊은 숲을 이루고 있어 산길다운 맛이 살아있다.

넘실대는 파도처럼 곡선의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남한산성을 걷노라면 사람의 손길로 하나씩 쌓았을 암벽에서 수고스러웠을 노동의 가치를 본다. 발걸음을 따라오는 숲길의 솔 냄새는 코 속으로 들어와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우리 역사와 문화의 보고임을 확인시켜 주는 남한산성은 가슴 따뜻해지는 민족애를 강요(?)하기도 한다.

|박현정 기자·사진|김영창 기자

 



단순한 등산로가 직전코스라면 남한산성길은 곡선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남한산성 최고의 조망처인 연주봉 옹성에 오르게 된다.



침괘정을 지나 수어장대로 향하는 숲길. 그윽한 솔향이 그만이다.




성곽을 따라 숲길을 따라 걷다가 쉬고 싶으면 성곽 밑에 돗자리를 깔거나 나무 밑의 벤취에 앉아 달콤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인조 2(1624) 단층으로 축조한 것을 영조 27(1751) 2층 누각을 증축한 수어장대. 영장이 진을 치고 휘하장졸을 지휘하던 곳이다.



서문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전망대. 이 곳에서부터 서울 조망이 가능하다.




동문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탑공원. 길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다양한 석상들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남한산성에는 약 80여개의 식당이 있다. 두부, 백숙 등이 대표음식인데 남한산성의 대표식당인 산성손두부의 두부전골은 나들이객 사이에서 유명하다.



남한산성 안의 만해기념관. 한용운 선생의 독립정신과 문학사상과 철학사상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개인이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