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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通

경기도 협동조합을 찾아서⑤ | 성남도시농부협동조합

“도심 속 옥상에 푸른 밭 만들 것”
올 3월 출범, 친환경 마분(馬糞)퇴비로 시작해 텃밭사업 꿈꿔




▲도시농업이 도시인들의 입에 오르내린지도 이미 수 년. 이제 도시인들은 손바닥만한 땅이라도 채소와 과일을 심어 자신의 손으로 직접 푸르게 만들기를 원한다.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 집 여분 땅에 상추와 배추를 심고, 적지만 그것들을 식탁 위에 올려놓기를 원한다. 잃어버린 농업의 꿈을 되찾고 싶은 것이다. 이들의 마음을 파고들 새로운 협동조합이 생겼다. 성남도시농부협동조합이 그것이다.

“성남시 건물 옥상 대부분이 푸르다고 상상해 보세요. 아파트 주민이 옥상에서 상추를 따고 고추를 딴다고 말이에요. 한 가족에 10평씩이라도 텃밭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행복 지수가 지금보다 2배는 오를 것 같지 않나요?”
최민경 성남도시농부협동조합 이사장은 20년쯤 뒤 성남시 모습을 그리며 가슴 벅차했다. 성남시에서 나고 자란 성남 토박이가 성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을 찾은 것인지도 모른다. ‘도시를 푸르게, 도시를 농촌으로, 도시인을 농민으로 만들자!’ 이것이 성남도시농부협동조합의 모토다. 도시농업은 단순히 도시인의 정서생활을 위한 ‘취미 만들어 주기’에 그치지 않는다.

농촌과 상생하는 도시농업
최 이사장은 “도시농업이 농촌의 발전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단언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언뜻 이해하기 힘들었다.
‘도시농업이 발전하면 도시인이 농촌에서 팔 수 있는 것은 종자 나 모종뿐일 텐데….’, ‘도시에서 상추나 고추, 토마토를 기르면 농촌의 판매량이 줄 텐데….’ 이런 의구심이 들었다.
“도시농업이 발전하면 도시인이 농민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 다. 종자 하나하나를 심어 조금씩 싹이 트고 마침내 채소든 곡식이든 여무는 과정을 지켜보십시오. 신기하고 자식 같은 생각이 들지요. 농민은 그런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 것입니다. ”
최 이사장은 도시인이 농민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우리 농산물도 사주고 유기농산물이 왜 중요한지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또 농산물 값이 폭락하면 농민들이 왜 아까운 농산물을 갈아 업는지, 농산물 시장 개방을 한다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왜 한 목소리로 반대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농업을 경시하는 것에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이런 꿈과 비전을 갖고 그는 동료 6명과 함께 성남도시농부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난 3월 신청서를 냈고 3주 만에 인가를 받았다. 출자금은 200만원에 불과하지만 큰 꿈을 안고 새로운 다짐 끝에 첫 발을 내디디게 됐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다르다. 어쩌면 꿈이 클수록 현실의 고통도 클지 모른다.



마분퇴비로 수익 창출
협동조합도 엄연한 기업이다. 수익을 내야 꾸려갈 수가 있는 구조다. 그래야 인건비도 사무실 임대료도 나온다. ‘도시농업’ 이 유행어가 된지 꽤 됐지만 관련 업계는 아직 수익을 낼만한 구조를 찾지는 못했다. 정부정책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일까? 함께 자리를 한 조 기호 전무는 “마분퇴비 판매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시작은 작습니다만 일단 적합한 상품을 찾아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마분(馬糞, 말의 배설물)퇴비입니다. 마분은 유기물 함량이 높은 무항생제 가축비료예요. 퇴비냄새를 최소화시킬 수 있어 도시농업에 최고의 비료라 할 수 있지요. 마분퇴비 판매권을 따낸 게 성남도시농부협동조합의 좋은 출발입니다.”
성남도시농부협동조합은 1차 시장분석 결과 마분퇴비의 수익성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분석에 따르면 친환경농업에 밭작물을 연 4회 시비한다고 가정할 때, 마분퇴비를 쓴다면 5평 기준 20kg이 들고, 비용은 6,000원 정도다.
최 이사장은 두레생협연합생산자회나 두레연합소비자생협, 성남지역 텃밭 등이 마분퇴비를 활용할 것으로 기대하며, 연간 4억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물론 성남도시농부협동조합이 마분퇴비에만 모든 것을 거는 건 아니다. 조 전무는 성남시 텃밭사업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도시인들이 맘껏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만드는 텃밭사업은 ‘도시농업의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사업이야말로 성남도시농부협동조합의 주력사업이자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다. 성남시에만 2,000~3,000㎡ 규모의 주말 농장이 10여 곳에 이른다. 모두 합하면 4만㎡ 규모다, 지난해 1 만2,000평 규모의 토지를 1,500세대에게 나눠준 성남시농업기술센터는 2015년 3,000세대까지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창업팀공모사업에 선정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자금’, 그것도 ‘초기자금’이다. 출자금 200 만원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다행히 올해 초 성남시가 주도한 성남시 창업팀공모사업에서 당선되어 적지 않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는 건 행운이다. 사무실 지원은 별도라는 점은 더 큰 매력이다. 일단은 마분퇴비사업을 빨리 궤도에 올려놓고 텃밭사업을 시작하면 사업에 승산이 있을 것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수익’ 못지않게 ‘사회기여’에도 신경을 쓴다. “협동조합은 그냥 이윤을 내겠다는 주식회사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에 공헌해야 하고 뭔가 사회적 가치도 높여야 한다. 최 이사장은 이를 몇 가지로 요약한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이다. 규모는 크지 않겠지만 협동조합의 관리 인력이나 지도사, 홍보담당자 등 일자리가 나올테고 판매수익 증가로 이들의 경제적 이익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 또 노인들의 취미생활이나 소일거리를 제공해줘 노인들에게 흔히 닥칠 수 있는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작지만 가정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테고 학교와 연계한 도시농업 부문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도울 것이다.
성남도시농부협동조합은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정 수익만 낸다면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기여를 내는 기업이다. 사회가 왜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고 키워야 하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재광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l jkrep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