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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通

현장 | '무한돌봄' 현장을 가다

복지 사각지대 ‘제로’를 꿈꾼다
신청 없어도 도움 필요한 0.1%까지 지원… 시행 100일간 2,419건 지원



▲경기도 무한돌봄센터 현장방문 상담모습들.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7월 중순, 여주군 대신면사무소에 여주군 무한돌봄센터 직원들과 경기도 무한돌봄센터 직원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 함께 대신면 일대의 복지취약계층을 방문하기로 한 것. 경기도와 여주군 직원이 섞여 두 팀으로 나뉘어 현장으로 출발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경기도내 각 시군의 무한돌봄센터에서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발굴해 방문하는 ‘찾아가는 무한돌봄’이 시행된다. 경기도 무한돌봄센터에서는 같은 날 각 시군을 순회하면서 시군 무한돌봄센터와 함께 현장을 방문, 지원 방안 등을 살펴 본다.
이날 기자는 경기도 무한돌봄센터 김종구 무한돌봄팀장, 여주군 무한돌봄센터 이지선 씨, 늘사랑노인복지센터 김송엽 팀장과 동행했다.

필요한 도움 찾아 맞춤형 지원
첫 방문지는 면사무소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허름한 주택에서 만난 박미희(가명 79) 할머니는 손과 발이 굳어 가는 희귀한 질병을 앓고 있었다. 병명은 급성류마티스관절염. 이미 일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도 하고 장기간 입원도 했지만 완치는 어렵고 진행만 늦출 수 있다는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여기에 당뇨와 고혈압도 앓고 있다.
박 할머니는 지난해까지는 기초수급대 상자로 분류돼 치료비부터 생활비 보조, 방문도우미 등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부양가족의 소득초과로 기초 수급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녀들과 떨어져 홀로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자녀들의 형편도 어려워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치료와 당장의 생계비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일산의 대학병원까지 진료를 위해 오가는 일이 큰 일로 떠올랐다.
무한돌봄센터에서는 우선 2개월간(최대 3개월까지 가능)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하고 박 할머니를 병원까지 안내할 자원봉사자를 알아보기로 했다.
두 번째 방문지는 면 소재지에서 5분 정도 떨어진 마을이었다. 야트막한 언덕 아래 자리 잡은 집은 좁고 불편했다. 이곳에서 만난 이은숙(가명 80) 할머니는 두 차례의 심장수술과 무릎수술을 받았고,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이 할머니 역시 자녀들이 있지만, 자녀들의 상황이 좋지 않아 그들의 도움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됐다. 이 할머니는 기초수급자격이 회복되기를 희망했다.
여주군 무한돌봄센터 이지선 씨는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무한돌봄 생계비 지원 2개월과 기초수급 재신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제도적 지원 소외자들의 희망
경기도 무한돌봄센터에서 지원하는 생계비는 두 종류가 있다. 박 할머니에게 지원된 긴급생계비지원과 이 할머니에게 지원된 무한돌봄 생계비지원이 그것들이다.
긴급생계비는 원칙적으로 노령인 분들에게는 지급이 되질 않는다. 성격 자체가 갑자기 생계가 불안해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할머니의 경우 최근 기초수급대상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지원이 가능했다.
무한돌봄 생계비 지원은 경기도에서만 시행 중인 제도로, 제도권으로부터 지원이 어려운 경우 2개월 정도 지원을 해준다. 이 할머니의 경우처럼 노령인 경우도 가능하다. 경기도에는 무한돌봄 사업비라는 것이 있다. 기업이나 독지가 등의 기부금이나 기탁금으로 운용되는 이 사업비는 복잡한 절차나 서류 없이, 관계자들이 협의해 도움을 결정하면 바로 지원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면 소재지에서 제법 먼 곳이었다. 비가 새는 열악한 집에서 만난 사람은 박주영(가명 60) 씨. 그는 척추 4급, 시각 6급의 장애인이다. 몇년전 각막파열로 한 쪽 눈을 실명한 그는 수술을 통해 한 차례 시력을 회복했지만, 관리소홀로 다시 시력을 잃었고, 현재는 두 눈 모두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눈 수술이었다. 비용 300만원 중 절반은 실명예방재단에서 보조해주기로 해, 나머지 반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한돌봄센터에서는 의료지원을 위한 서류작업을 도와주고, 수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언론을 통한 모금이나 지원도 계획 중이다.



신청 없어도 찾아가 지원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무한돌봄 사업은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특히 경기도가 지난 2월부터 추진 중인 ‘찾아가는 무한돌봄센터’는 직접보고, 듣고, 알리고, 찾아내는 현장복지 강화로 복지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 중인 제도다. 현재 경기도 2개반과 시군 36개반이 활동 중이다.
경기도는 지난 6월 찾아가는 무한돌봄센터 시행 100일을 맞아 그간의 활동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찾아가는 무한돌봄센터는 시행 100일 동안 도내 1,181개 저소득층 밀집지역 내 3,981가구를 방문, 2,450가구를 상담하고 1,317가구에 대해 2,419건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한돌봄사업은 ‘경기도만큼은 돈이 없어 굶거나 치료받지 못하거나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찾아가는 무한돌봄센터는 지난 1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현장을 찾아 대상자를 발굴, 지원하라”는 지시에 따라 시작됐다.
특히 경기도 무한돌봄 사업의 강점은 복지 자원 연계와 네트워크에 있다. 대부분의 복지재원이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무한돌봄은 여기에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민간 부분의 복지 자원을 연계해 효율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

지난해 보다 지원 26% 늘어
찾아가는 무한돌봄센터의 운영으로 인해 경기도 무한돌봄센터의 전체 지원 실적도 크게 늘었다. 무한돌봄센터의 지난 5월까지 위기가정 지원건수는 총 1만3,56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786건에 비해 26% 증가했다.
경기도 무한돌봄센터 김종구 무한돌봄팀장은 “매주 각 시군을 순회하며 시군무한돌봄센터와 함께 현장을 찾는다”며 “사무실에서 서류로 느끼는 것보다 이렇게 현장을 나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실상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무한돌봄센터에서 잘하고 있지만 도 차원에서도 지원할 부분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도 현장을 찾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공무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도움을 주려는 노력에 대해 지역주민들도 전례가 없었다면서 대단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 경기도 무한돌봄센터는 8월까지 여름철 폭염에 대비해 독거노인과 부부노인을 중심으로 방문사업을 실시하는 한편, 찾아가는 무한돌봄센터 운영 전담팀 신설을 추진하는 등 현장행정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신덕 기자 l oponce@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