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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협동조합을 찾아서 | ㈜성남시민버스

정년 No! 근로자 경영 참여 Yes!
2011년 자본금 4억3,000만원으로 설립… 근로자·시민이 만든 ‘꿈의 직장’

 ▲㈜성남시민버스는 전국 최초로 시민과 근로자가 설립한 예비사회적 기업이다.

다른 회사보다 조금 일하고, 나이가 들어도 일할 수 있으며,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화기애애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직장.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꿈의 직장’이라 부를 만하다. 임금? 이렇게 좋은데 다른 회사보다 조금 덜 받으면 어떠랴. 먹고 사는데 지장만 없다면 OK다.
이런 기준을 적용시킨다면 ㈜성남시민버스는 확실히 ‘꿈의 직장’이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 6.5시간에 정년도 없다. 현재 직원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이며, 향후 70세 이상도 근무 가능하다. 월 평균 임금은 동종업체 80% 수준.

시민이 만든 ‘꿈의 직장’
“시민이 모여 시민이 원하는 회사를 만든 덕입니다.” 성남시민버스의 고재형(48) 대표는 이 모든 것을 ‘시민의 덕’으로 돌린다. 2011년 설립된 회사는 시민 97명이 낸 자본금 4억3,000만원을 근간으로 만든 회사다. 적으면 10만원에서 많으면 3,000만원까지 출자했다. 근로자 모두가 출자자로, 그들은 ‘근로자’인 동시에 ‘주주’이며 ‘주인’이다.
근로자가 주인인 회사. 전문가들은 이런 회사를 가리켜 시민지주회사, 근로자지주회사, 노동자지주회사라 부른다. 말 그대로 근로자의, 근로자에 의한, 그리고 근로자를 위한 회사다. 그러니 이런 기업이 ‘근로자의 천국’이 되는 것은 당연 하다.
노동력이 상품이 되고 자본이 임금을 주고 이 상품을 구입해 이윤을 남기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자가 주인이 되어 노동을 구입하는 회사’는 매우 낯설다. 누구나 ‘실험적인 성격의 회사’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고 대표 역시 회사의 그런 성격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남시민버스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린다. 호기심이 들고 의문이 생긴다.
첫 번째 의문. 노동자가 주인인 회사다. 노조는 있을까, 없을까? 노동자가 주인이니 한편으로는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하지 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필요할 것 같기도 하다.
답은? ‘있다’이다. 고 대표는 “당연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근로자가 주인인 회사라 해도 노동과 경영은 분리돼 있습니다. 노조가 없다면 아무래도 경영 중심으로 가지 않을까요? 우리 회사 노조 역시 근로자의 이익을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일반 기업의 노조와 같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노조가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이지요. 노동자가 주인인 회사에서 당연한 얘기겠지요.”
두 번째 의문. 자본주의 기업은 소유와 경영, 노동이 잘 분화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성남시민버스는 그렇지가 않다. 혼란스럽다. 그런데도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있을까? 고 대표는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가로 젓는다. “아직은 실험 단계”라며 멋쩍게 웃는다.
“혼란은 당연하지요. 한편으로는 주인이며 한편으로는 근로자인데, 경영에도 발언권을 갖고 있지요. 근로자를 위한 경영을 펼치자니 회사 이익이 줄고 그러면 주주로서 가져가야 할 배당도 줄지요. 자신이 일하고 자신이 평가하는 이율배반적 상황도 벌어집니다.”

고령층의 일자리 창출과 연결
고 대표는 전적으로 ‘경영자’의 입장이지만 스스로도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그의 경력을 보면 이해가 간다. 1965년생인 그는 스물여덟이던 1993년부터 버스운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그는 운전기사뿐 아니라 노동운동가로서의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자동차노조 집행부 위원이 었고 민주노총이 만들어진 뒤에는 민주버스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았다. 그러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발표되면서 시민 기업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노동운동가가 경영자가 되니 한편으로 혼란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려면 이윤이 필요한데 지나치게 근로자 중심으로 경영을 하면 지속가능하지가 않다. 그럼에도 그는 성남시민버스가 시민기업이자 사회적기업이라는 사실에서 정체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시민기업은 당연히 사회적기업입니다. 주주의 이윤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고용창출에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특히 고령층의 일자리 창출에 알맞다고 생각합니다. 마을버스라는 게 나이와 큰 상관이 없습니다. 연세가 드신 분이 오히려 안전하게 운전한다는 장점을 갖기도 하지요.”
바로 이 대목에서 성남시민버스는 협동조합과의 연결고리를 찾게 된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주식회사’라는 법인격과 시스템은 아무래도 ‘주주 중심’으로 갈 경향성을 갖는다. 아무리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 해도 ‘이윤’이 보이면 주가를 높이고 배당을 받고자 하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지속가능 경영과 사회적 가치를 찾는 데에는 협동조합이 제격이다. 주식회사의 법인격을 갖고 있는 많은 사회적기업들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남시민버스도 이미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검토해 보았다.
김성기 성공회대 교수와 함께다. 김 교수는 성남시민버스를 대상으로 한 ‘시민주식회사형 사회적기업의 노동자 협동조합 법인화 방안’에서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어 단기간에 쉽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취약계층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사회적 가치의 추구 ▲노동자조합원에 의한 자본금의 조달 ▲기존 주주에 대한 지분의 처리 ▲경영능력 개선 등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문제 등이다.
고 대표도 이에 동의한다. 무엇보다 급한 것은 경영능력의 개선이다. 성남시민버스는 설립 이후 줄곧 적자를 면치 못한 것이다. 2012년 매출 12억원에 6억원의 적자를 본데 이어, 올해 역시 매출 20억원에 3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아무리 ‘근로자의 천국’인 회사라 해도 적자가 계속되면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고 대표는 희망을 갖는다. 2년 사이 매출은 늘고 적자는 줄었다는 점, 버스 비즈니스는 현금흐름이 좋다는 점,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주주회사의 경험이 축적된다는 점 등이 그가 미래를 밝게 보는 근거다.
“누가 뭐라 해도 기업은 이윤을 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설립 2년을 맞아 가장 큰 수확은 그 가능성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고 대표와 성남시민버스는 고령화 시대, 일자리 부족의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이 가져가야 할 한 가지 대안을 보여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고 대표는 “성남시민버스가 가는 길은 향후 많은 기업이 가야 할 길”이라며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광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l jkrep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