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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通

365일 24시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그곳에 가다

지난 3월 1일, 3.1 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국경일인 이 날 경기도청 언제나민원실로 한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오늘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우리 아기 여권 좀 만들어주세요.”

일본 동경에 거주하는 최모(38세) 씨는 지난 2월 아내가 일시 귀국해 낳은 아기를 일본으로 데려가기 위해 아이의 여권을 발급받아야 했다. 이를 위해서 일본에서 잠시 귀국한 최 씨는 오전에 여권 신청을 마무리하고 오후에 다시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고. 하지만 그가 잊고 있었던 한 가지. 공휴일인 3월 1일에는 관공서도 문을 닫는다는 사실이었다.

“아기 여권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한국에 왔는데 관공서가 모두 문을 닫아서 난감했어요. 그러던 중 경기도청에서는 휴일에도 여권업무를 본다는 얘기를 듣고 급하게 방문하게 됐죠. 마음은 급하고 어떻게 할 줄 몰랐는데 휴일에도 적극적으로 민원을 처리하는 모습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언제나민원실을 통해 무사히 여권 발급 절차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최 씨는 문을 나서기 전까지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365일 24시간, 누구에게나 활짝 문이 열려 있는 곳. 바로 경기도의 언제나민원실이다. 언제든, 어떤 문제든, 담당자와 관계없이 국민이 원하는 행정서비스를 펼치겠다는 목표로 지난 2010년 3월 23일 문을 연 언제나민원실. 전국 유일의 잠들지 않는 민원창구로 지난 2년 동안 시각장애인 가구의 생활불편 해소부터 이름 석자만 가지고 아들을 찾아 달라는 민원 해결, 6년간 표류하던 변전소 건설 갈등 해소, 가출청소년의 무사 귀가조치까지, 각양각색 사연의 총 274만 여건 민원을 처리해 왔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이곳에서 지난 2년 간 한결같은 미소로 민원인들을 맞이하고 있는 성효제(54) 팀장을 만났다.

전국 유일의 365일 24시간 운영

“저는 간 큰 남자입니다.”

지난 2010년 언제나민원실이 문을 연 후 지금까지 민원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성효제 팀장. 그는 자신을 간 큰 남자라고 소개했다.

“지난 2년 간 총 240일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밤을 지샜어요. 요즘 같은 시대에 겁도 없이 이렇게 외박을 자주 하다니, 간이 참 크죠?”

1년에 3분의 1을 집이 아닌 밖에서 밤을 지새운다는 성 팀장. 공무원인 그가 외박을 생활하게 된 이유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 팀장은 “그동안 행정서비스라고 하면 서비스가 필요한 민원인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지정된 시간 내에 꼭 지정된 장소에 방문해 처리해야했어요. 공무원들도 이를 당연하게 생각했고 이로 인한 불편함은 민원인들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외면했었죠”라고 회상했다.

한정된 시간 내 직접 찾아오는 민원인만을 대상으로 펼쳤던 행정 서비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기존 행정 서비스의 패러다임에 경기도가 처음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행정 서비스라는 게 결국은 국민을 위한 것이잖아요. 그런데 9시부터 6시, 지정된 장소, 공휴일은 제외 등 너무나 제약이 많은 거죠. 국민이 원하는 행정은 무엇일까.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직접 찾아갈 수는 없을까. 이런 의문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전국 유일의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민원창구 ‘언제나민원실’이었죠.”

 
공휴일·야간 민원처리 전체 45.6% 차지

경기도는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언제나민원실을 통해 우선 행정 서비스의 시간적 제약을 없앴다. 이와 함께 유동인구가 많은 전철역과 움직이는 버스, 전철 등에 민원센터를 설치하는 등 공간적 제약도 허물었다.

성 팀장은 “출범 당시만 해도 ‘야간에 민원처리 하러 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라는 우려의 소리도 높았어요.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죠. 평일에 관공서를 방문하기 어려운 많은 분들이 밤에 이곳을 다녀갔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언제나민원실이 지난 2년간 공휴일과 야간 민원 처리건수는 5만5,281건으로 전체 건수(12만1,304)의 45.6%를 차지했다.

“언제나민원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경기도뿐만이 아니라 전국 팔도에서 오세요. 급한 여권민원부터 생활민원 등 그 사연도 정말 다양하죠.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시급하고 중요한 민원들이에요.”

다양한 사연의 민원을 해결하면서 민원인들의 삶을 잠시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던 성 팀장. 그는 기억에 남는 사례로 청각·언어장애우 부부의 생애 첫 여권발급을 꼽았다.

“추운 겨울밤이었어요. 귀가 들리지 않는 남편과 말을 하지 못하는 아내가 함께 여권을 발급하기 위해 민원실을 찾았죠. 사연을 들어보니 회사에서 모범사원으로 뽑히면서 생애 처음으로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하게 됐는데 제일 중요한 여권이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평일 낮 시간대 여권민원실은 몸이 불편한 이들이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해요. 결국 언제나민원실에서는 밤에도 여권발급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한가한 밤 시간대에 이곳에 와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어요.”

생애 첫 여권을 들고 다정하게 민원실 문을 나서는 부부의 뒷모습을 보면서 성 팀장은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민원분야 3관왕 달성

24시간 운영이란 행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한 언제나민원실은 지난 2010년 행정안전부장관으로부터 민원행정개선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또 2011년에는 민원행정개선 우수기관 2년 연속 수상과 함께 주민등록업무 추진 최우수상, 공공 정보화(경기스마트120)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면서 한 해에 민원분야 3관왕을 달성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는 다른 공공기관의 벤치마킹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서울, 인천, 강원, 충남·북, 전북 등 전국 38개 기관이 언제나민원실을 배우기 위해 경기도를 방문했다. 해외 공공기관과 언론의 발길도 이어져 지난해 1월 일본 NHK, 아사히 등 해외 언론의 집중 취재와 일본과 중국 요녕성, 광동성 공무원 등이 이곳을 찾아 벤치마킹 의사를 밝히고 돌아갔다.

“솔직히 심야시간에는 주간보다 민원이 적은 것이 사실이에요. 이익과 효율성을 따지면 심야 서비스를 하지 않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행정기관은 사기업이 아니잖아요.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공공성과 공익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제나 내가 필요할 때 달려갈 수 있는 유일한 민원창구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언제나민원실이 필요한 이유예요.”

언제나민원실에 대한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비스에 대해 93.1%가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365일 24시간 운영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90.8%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올해 민원실 확장·이전 계획

올해 언제나민원실은 365일 24시간 근무체계, 수원역민원센터, 120경기콜센터, 스마트120 트위터 민원 등을 점검하고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민원실 위치를 경기도청 내 국제 교류관으로 확장·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성 팀장은 “현재 민원실은 화장실도 따로 없을 정도로 협소해요. 하지만 확장될 민원실에는 민원상담실과 함께 민원휴게실, 민원인용 화장실, 모유수유실 등 민원편익시설을 갖춘 문화와 휴식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죠”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경기도는 민원수수료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구축, 민원품질평가 인증제 도입, 민원인이 사전에 인·허가 여부를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온라인 자가진단 시스템 구축, 노약자·장애인을 위한 행복한 민원창구 운영, 민원서비스 평가 모니터링 도입 등 고객관점의 행복한 민원서비스도 새롭게 선보일 방침이다.

이미영 기자 misaga@gfeo.or.kr


 

Clip. 이런 민원은 해결 불가능, 꼴불견 민원 Best3

365일 24시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언제나민원실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각양각색 인생사가 펼쳐진다. 그러다보니 언제나 좋은 미담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2년 동안 이곳을 지킨 베테랑 상담사, 성효제 팀장도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든 꼴불견 민원 Best3를 꼽아봤다.

1, 법도 무시하는 막무가내 민원

현행법상 여권은 한 사람 당 1개 발급만이 가능하다. 기존의 여권을 반납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여권을 다시 발급해달라고 떼를 쓰는 민원인은 손 쓸 도리가 없다. 법도 무시하는 막무가내 민원은 언제나민원실에서도 처리 불가능이다.

2. 같은 얘기 무한반복, 음주 민원

밤에도 민원 업무를 하다 보니 술을 마시고 찾아오거나 전화를 거는 민원인들도 많다. 1~2시간 전화 통화는 애교다. 같은 얘기 하고 또 하고, 해결방안도 없는 술주정 민원은 정말 괴롭다.

3.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나는, 폭력 민원

무작정 말을 시작할 때부터 욕이 나온다. 욕을 하다가 나중에는 협박까지 한다. 하루 평균 270명 이상의 민원을 처리해야 하는데 막무가내 폭력 민원을 만나면 가장 힘이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