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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通

다질링-와인처럼 다원에 딸 차맛 달라

<박현정 기자의 Tea Time>

 

와인처럼 다원(茶園)에 따라 차맛 달라

다질링

 

다질링은 참으로 특별하다. 즐길 거리가 아주 풍부한 차다. 다질링의 다양한 맛은 홍차를 처음 맛본 이들을 홍차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드는 마법을 발휘한다. ,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차를 선보이는데 계절별로 각기 다른 차의 매력을 뽐낼 뿐만 아니라 디질링 지역 어디에서 채취했느냐에 따라 차 맛이 달라진다.

같은 명품브랜드라도 원산지가 어디냐에 따라 소비자의 선호가 극명하게 달라지는 공산품처럼 다질링은 언제 어디에서 만들었느냐에 따라 홍차 애호가들의 환호가 달라진다. 히말라야 산맥 남동쪽 기슭에 위치한 다질링 지역은 해발고도가 600m에서 2,400m에 이르는 고산지대로 전체 면적이 18,000ha에 달한다. 도시이름 자체가 홍차 브랜드인 다질링은 전 세계에 공급하는 홍차의 50%를 생산하는 곳으로 100개 가량의 다원이 있다. 다질링 지역은 강수량이 많고 햇볕이 강해 차 나무가 자라기에 아주 좋다. 특히 일년 내내 변화무쌍한 기후를 띄는 지역이라 찻잎의 맛과 향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특별하다. 같은 해 수확한 다질링이라고 해도 지역마다 맛과 향이 조금씩 다르다보니 다질링 맛보기와 컬렉션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은 건 당연지사.

 

 

 

다질링은 와인과 비슷한 점이 많다. 와인이 양조장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듯 다질링도 다원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 또한 그해에 처음으로 수확된 첫물차들은 보졸레 누보 와인처럼 고가에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고귀한 기품을 가진 다질링은 와인의 최고급 그랑 크뤼에 비유되곤 한다.

다질링 차 재배지는 서부 다즐링, 동부 다즐링, 티스타(Teesta), 미릭(Mirik), 렁봉(Rungbong), 북부 커슝(Kurseong North), 남부 커슝(Kurseong South) 등 대략 일곱 개의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곳에서 유명한 다질링 다원으로는 암부샤(Ambootia), 아리아(Arya), 캐슬턴(Castleton), 샤몽(Chamong), 굼티(Goomtee), 고팔다라(Gopaldhara), 해피 밸리(Happy Valley), 정파나(Jungpana), 마카이바리(Makaibari), 마가릿 호프(Margaret’s Hope), 남링(Namring), 오케이티(Okayti), 숭마(Sungma), 셀림봉(Selimbong), 터보(Thurbo) 등이 있다.

홍차 재배지 농가인 이들 다원은 토양이나 기후, 일조량, 해발고도 등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낼 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품질관리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홍차 다원의 이름만으로 그 홍차의 맛을 짐작하는 홍차 애호가들이 꽤 있다. 1등급 그랑 크뤼로 역사와 더불어 문화적 아우라까지 가지고 있는 샤토 무통 로칠드가 최상급 프랑스 와인 양조장의 이름이 붙어 최고급 명품 와인으로 찬사를 받는 것처럼 홍차 다원의 이름을 통해 홍차에 대한 믿음을 보내는 것이다.

하나의 다원에서 그해에 수확한 단일 품종의 차를 내놓는 것을 빈티지 홍차 또는 싱글 에스테이트라고 부른다. 빈티지 홍차 라벨에는 와인처럼 구체적인 다원명과 출하연도, 찻잎의 등급이 표기돼 있다. 빈티지 홍차는 다원에서 가장 좋은 잎으로 만든 홍차로 가격이 비싸다. 잎차를 구매하는 기준으로 빈티지, 브랜드, 등급 등을 주로 따지는데 무엇보다 등급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홍차 애호가들의 조언이다. 최상위 등급일수록 머스캣(Muscat·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 품종) 향이 나는데 그래서 다질링은 홍차의 샴페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묘한 맛과 향의 차이를 모르는 초보 홍차인은 다원 홍차에 도전하기보다 대중적인 입맛에 맞게 블렌딩된 브랜드 홍차를 즐기는 것이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