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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通

중국 경제, 경착륙 시작(?)-내년 성장률 23년만에 최저치 될 것

<ISSUE&TREND>

 

중국 경제, 경착륙 시작(?)

내년 성장률 23년만에 최저치 될 것

매년 7%이상 고성장 끝나유럽미국 경기둔화로 수출 직격탄

 

중국 경제의 전개방향이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를 놓고 말이 많다. 비행용어인 경착륙은 항공기가 급격히 고도를 낮추면서 착륙하는 것을 말하고, 연착륙은 기체에 무리 없이 서서히 착륙하는 것을 일컫는다. 따라서 경제에서 말하는 경착륙은 경기의 급속한 냉각을, 연착륙은 서서히 안정기에 접어드는 현상을 뜻한다.

 

2/4분기 경제성장률 7.6%에 그쳐

유럽의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기침체로 중국 역시 지난해 말부터 경제성장속도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중국 경제가 3분기에 바닥을 치고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하반기 들어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를 보이면서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4분기 7.6%에 그쳐 지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원자바오 총리는 경제 안정을 위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어 올해 목표 경제성장률인 7.5%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일부 대형투자은행들은 올해 중국 GDP가 정부 목표치인 7.5% 성장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업체 핌코의 이머징마켓 투자부문장인 라민 톨로우이는 중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를 밑돌며 지난 199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중국은 내년에 23년만에 경제성장률이 최저치로 고꾸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 1990년 천안문 사태의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3.8%에 머문 이후 매년 7% 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해왔다. 지난 2005~2011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는 8.0%였으나 실제 성장률은 연평균 10.9%를 기록했었다.

 

 

 

 

기업 실적 악화로 중국증시 급락

중국 경제 전반에 걸쳐 경기둔화가 심화되면서 경제위기 도래에 대한 불안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중국 기업은 이미 저성장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49.211개월만에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갔다. 구매관리자지수는 기업의 신규주문·생산 및 출하정도·재고·고용상태 등을 조사해 산출하는 것으로 제조업 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지수 5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 그 이하이면 경기 수축을 뜻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밝힌 8월 산업생산은 지난해보다 8.9% 늘어나는데 그치며 20095월 이후 처음으로 9%를 밑돌았고, 7월 수출 역시 지난해보다 1% 늘어나는데 그치면서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둔화로 기업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는 불안에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최근 6개월 사이 13.1%나 내렸다. 911일 상하이 종합지수는 2120.55로 거래를 마쳐 지난 20092월 이후 3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지수를 기록했다.

공상은행건설은행·중국은행(BOC)·농업은행·교통은행 등 중국 5대 은행의 대출 연체 규모는 지난 6월말에 총 4,160억위안을 기록해 지난해 말에 비해 27%나 늘었다. 중국 인민은행의 지난 2분기 통계에 따르면 만기가 6개월 이상 지난 미상환 신용카드 이용액(연체금)2분기 말 현재 1326,600만위안(23,800억원)으로 1분기 말 1203,500만위안에 비해 10.2% 증가했다.

 

건설경기 위축소비감소 등 악재

중국 경제가 몇 차례에 걸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침체일로를 걷는 것은 중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둔화 때문이다. 유럽은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1%p 하락하면 중국의 총수출증가율은 4.6%p 떨어질 정도로 상관관계가 높다. 여기다 중국 내 건설경기 위축과 소비감소 등의 악재도 중국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라민 톨로우이 핌코 이머징마켓 투자부문장은 그동안 중국경제를 견인해온 수출과 투자 중심의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과거에는 중국 경제가 구조적인 문제에 당면해도 국가 주도의 성장정책으로 돌파했으나 최근에는 전세계 경기침체라는 악재가 겹쳤다고 지적했다.

올해 말로 예정된 정권교체도 경기부양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는 권력투쟁에 무척 취약하기 때문이다. 공산당 일당 지배 국가인 중국은 공산당의 주요 간부가 권력투쟁에서 밀려날 경우 중앙에서 지방까지 대규모로 간부의 이동이 진행된다. 이때 공산당원, 공무원, 국유기업은 물론 금융기관까지 중국 경제의 큰 줄기가 혼란에 빠지면서 경기침체가 발생하게 된다. 중국 경제는 최근 40년간 총 5번의 경기침체가 나타났는데 모두 권력투쟁이 일어난 해에 발생한 전력이 있어 올해 역시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이해를 대변하는 <인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성장에 필요한 탄약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거나 급격한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는 것보다 부의 불균형 등 내부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권교체를 앞두고 경기부양책이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처럼 경제부양책 실시해야

이런 가운데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은 3차 양적완화를 단행한 미국처럼 중국도 추가 경제부양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리강 호주뉴질랜드(ANZ)뱅킹그룹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은 즉각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공격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성장률이 7% 밑으로 떨어지면 지방정부 재정 고갈 등 경제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루팅 BOA의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3분기 경제성장률이 7.4%로 전분기의 7.6%에서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앞으로 남은 기간 중국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실시하지 않으면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위기감을 느끼고 기존의 수출에서 내수 위주로, 정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경제 패러다임의 이동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1조위안에 달하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일괄 승인하는 등 급격한 경기하락 속도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경제연구소인 드래고노믹스의 아서 크뢰버 이사는 중국경제 성장률이 앞으로 점점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실업 문제 등의 대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독감에 걸리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의 중국 수출 의존도는 23%로 단연 최고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1%p 떨어지면 한국의 수출증가율이 1.7%p 줄고, 성장률도 0.4%p 낮아진다. 중국 경제의 큰 흐름을 전체로서 보되, 지역별로 위험과 기회를 판단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현정 기자 phj@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