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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通

Issue & Trend | ‘나홀로 창업’ 열풍

취업난 등 경제상황 반영 ‘너도나도’
작년 기준 13% 늘어, 철저한 사업계획·아이템 차별화가 성공 요건


 

 

 


“1인 기업은 대세(the general trend)이다. 지식근로자들은 모두 이것을 알고 있다.” 미국 경영학의 대가이자 세계적인 석학인 피터 드러커는 경제를 예측하면서 1인 기업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창업 붐이 일면서 ‘나홀로 창업’이 부쩍 늘었다. 청년 취업난과 베이비부머 은퇴 등 불황 속 일자리 정체의 해결책으로 1인 기업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 특히 자금과 기술, 해외판로 등 1인 기업을 지원하는 정부의 다양 한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나홀로 창업’ 열기는 더욱 뜨겁다.

1인 기업 30만개 육박
1인 기업의 개념에 대한 씨앗은 세계적 경영컨설턴트 톰 피터스가 약 30년 전에 제시한 PSF(Personal Service Firm)에서 찾을 수 있다. 이후 그는 개인이 브랜드가 된다는 의미의 ‘브랜드 유(Brand U), 내가 주식회사다(Me Inc)’라는 이름 으로 1인 기업을 소개한 바 있다. 1인 기업은 개인이 사장이면서 직원인 기업이 나 가족 기업 등으로, 좁은 의미로는 주로 지식서비스 분야에서 독특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개인이 혼자 창업해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1년 10월 ‘1인 창조기업 육성법’ 시행 이후 2012년 다양한 지원 사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1인 기업의 현황과 운영 실태에 따르면 작년 말을 기준으로 운영 중인 1인 기업은 29만6,137개로 2011년에 비해 13% 늘어났다. 이는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약 1.2%에 해당하는 수치. 지난 2009년 20만3,000개였던 1 인 기업은 지속적으로 늘어 3년 만에 9 만여개가 늘었다.
중기청은 이에 대해 취업보다는 창업을 선호하는 추세와 지식서비스 분야의 중요성 증대, 아웃소싱의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지식서비스 분야(54.2%)에서 1인 창조기업의 활동이 제조업 (45.8%)보다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평균 5,500만원 정도로, 72.2%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 창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아이디어상품 ‘미소 교정기 와이키키’로 1인 창업에 성공한 아이디어 마니아의 이기혁(35) 대표는 “이제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혼자 창업을 할 수 있는 시대”라며 “제품 생산과 유통, 판매 등 분야별로 전문 외주업체에 일을 맡겨서 진행하는 만큼 혼자 회사를 운영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라고 말했다.
중기청 관계자도 “개인주의와 전문주의 확산 등 최근의 경제환경 변화가 1인 기업의 창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1인 기업의 높은 평균매출과 1인 기업으로 지속적으로 활동하겠다는 응답비율이 높은 것으로 봤을 때, 앞으로 1인 기업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인 창업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
1인 기업은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비를 줄일 수 있는 만큼, 초기 창업비용이 크지 않다. 이러한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 하고 운영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 과 직원관리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은 1인 기업의 장점으로 꼽힌다. 더불어 1인 창업을 독려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도 1인 창업이 증가하는 원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보유한 예비창업자를 지원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경기도는 오는 9월 6일까지 ‘2013년 하반기 G-창업프로젝트’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인천시는 오는 10월 22일까지 신청을 받아 쇼핑몰창업 예정자들을 위한 온라인 마케팅 교육을 무료로 지원한다. 또 정부는 대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연계하기 위한 ‘캠퍼스CEO 발굴지원사업’의 신청을 오는 9월 9일까지 받는다.
이와 함께 중기청이 운영하는 ‘시제품 제작터’와 ‘셀프제작소’는 1인 창업을 돕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5월,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은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쉽고 빠르게, 저렴한 비용으로 시제품으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시제품제작터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제품디자인부터 설계, 시제품 제작 등 전문가 서비스를 민간의 50% 이하의 수수료로 지원한다. 시간당 디자인의 경우 1만8,000원, 설계는 1만7,000원, 3D측정 및 역설계는 1만7,000원으로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고 시제품제작을 위한 쾌속조형기(RP)와 머시닝센터(CNC) 등도 각각 시간당 3만원, 1만5,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5~12월)에는 총 160개 업체가 249건의 서비스를, 올해(8월 1일 기준)에는 178개 업체가 310건의 서비스를 지원 받았다.
구축된 설비를 활용해 창업가가 시제품을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셀프제작소도 인기다. 경기 중기청 1층에 위치한 셀프제작소는 레이저 커팅기, 용접기 등 95종의 장비와 공구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셀프제작소를 찾은 청년창업가인 이창렬(29) 씨는 디자인 교육과 레이저 커팅기 활용, 예비창업 공간 등을 지원 받아 창업에 성공했다. 이 씨는 셀프제작소에서 캡슐형 원두커피 거치대를 제작, 이를 온라인 쇼핑몰 및 오프라인 카페 등에 판매해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인 기업 창업이 늘면서 이들을 지원하는 사업의 경쟁률도 덩달아 뛰고 있다. 올해 1월 중소기업청이 공고를 낸 1인 창조기업 마케팅 지원 사업에는 348개 선정에 1,255개 기업이 신청, 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264개 선정에 888개 업체가 몰리며 경쟁률 3.4대1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더 높은 수치다.
중기청 관계자는 “2013년 사업은 종료됐다”며 “내년 1월 중 2014년 사업 지원 계획을 수립해 2월께 신청·접수 공고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 영세화 우려도
1인 창업이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인건비, 사무실 임대비 부담이 없어 초기 창업자금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준비 없는 창업’, ‘묻지마 창업’으로 이어지면서 창업 실패 확률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의 1인 창조기업 운영 현황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1인 기업 형태는 사업자 등록을 마친 기업이 41.4%, 미등록 기업은 58.6%로 나타났다. 즉, 1인 창조기업 절반 이상이 사업자 등록 없이 활동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인 기업은 주로 소규모 아웃소싱이기 때문에 사업자 등록의 필요성이 적고, 활동이 지속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규모와 인력에서 열세인 1인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승부해야 한다. 자금이 적게 드는 업종일수록 경쟁이 치열하고, 차별성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과다 경쟁으로 출혈을 입을 수 있는 부문의 창업은 피하는 게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미영 기자 l misaga@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