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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通

Issue & Trend | 유기농으로 본 농업

‘안전한 먹거리’ 인식 가파른 성장
전 세계 67조원 거대시장으로… 안전성 반론도 만만치 않아



① 여주의 대표 특산물인 고구마 농장의 밭갈이와 ② 친환경 유기농으로 유명한 화성 현명농장의 배.

인류의 역사는 먹거리를 찾기 위한 투쟁의 역사다. 인류가 지금처럼 보편적으로 음식을 풍요롭게 먹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여년 밖에 되지 못한다.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대량생산 시대가 막을 오르면서 풍요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세계 인구는 1800년에 이르러서야 10억명을 겨우 넘어섰다. 하지만 1850년 산업혁명기를 맞으며 급증한 인구는 1920년 20억명을 돌파했다.
불과 70년만에 세계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20억명이 다시 두 배인 40억명으로 늘어나는 데는 54년이 걸렸다. 2012년 세계 인구는 75억명이다. 1960년 이후 세계 인구는 10년마다 10억명씩 늘고 있다.
세계 인구의 급격한 증가에도 많은 나라들은 여전히 풍요롭다. 불과 40~50년전만 해도 보릿고개를 걱정하던 우리나라도 이제는 먹거리 걱정을 잊고 사는 나라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버려지는 음식물만 15조원어치에 이른다고 한다. 음식점에서 만들어진 음식의 1/4은 버려진다는 조사도 있다. 영국의 기계공학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년 동안 만들어진 음식 약 40억t 중 12~20억t 이 버려진다고 한다. 특히 생산된 농산물 중 섭취가 가능해도 상품가치가 떨어져 버려지는 과일과 채소만 1년에 1,600만t 에 이른다고 이 협회는 밝혔다.
먹거리의 풍요는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현대 농업의 쾌거다.

EU·북미 중심 소비 활발
유기농(Organic)은 먹거리 대량 생산·소비 시대의 색다른 도전이다. 대량생산 이전의 먹거리 생산방식으로 돌아가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사람들의 또 다른 욕심도 포함되어 있다. 바로 건강과 장수다.
웰빙과 로하스, 그리고 힐링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건강한 삶이다. 당연히 먹거리는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유기농은 건강한 삶의 상징과도 같다. 지금까지의 농업은 자본집약, 대규모화, 고도의 기계화, 단일작물, 화학비료·농약· 살충제 사용, 집약축산 등으로 이루어져 왔다. 여기에 최근에는 호르몬제 사용, 방사선 쬐기, 유전자 변형과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 유기농업은, 흔히 관행농업으로 불리는 이러한 농업 방식을 철저히 배격하고 자연물질과 미생물 등을 이용해 생산하는 방식이다.
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생산하는 유기농산물에 대한 현대인들의 믿음은 확 고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내놓은 <국내외 친환경농산물의 생산 실태와 시장 전망>에 따르면 ‘세계 유기농업은 2010년 기준 약 160개국, 유기농경지 3,700만ha에서 이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농경지가 아닌 수경재배, 산림, 야생채집 등 기타 유기지역을 합할 경우 면적은 8,000만ha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유기식품 및 음료 시장의 규모는 1999년 150억달러에서 2010년 591억달러, 우리 돈으로 67조원에 이르는 시장으로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EU와 북미지역의 경우, 유기농업의 본고장이라고 할 만큼 유기농식품의 소비가 활발하다. 이 두 지역에서 전 세계 유기농산물 판매량의 90%를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균 오염 등 안전성 의문 논란도 커
유기농산물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도 높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친환경농업을 미래농업의 대안으로 설정하고 적극 육성에 나서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도 우리나라 친환경농산물 시장규모는 유기농 4,081억원(13.2%), 무농약 1조7,175억원(55.7%), 저농약 9,552억원(31.0%)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시장규모는 3조809억원에 이른다.
유기농산물 시장의 가파른 성장은 먹거리 안전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이 믿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학자가 美 스탠포드대학의 명예교수인 제임스 콜만이다.
그는 <내추럴리 데인저러스>(다산초당, 2008)를 통해 ‘우리에게 위험한 것은 유기농식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식물은 공격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살충성분을 만들어 내는데 자연농법으로 생산한 식물일수록 천연독성이 더 강하다’고. 또 시금치나 땅콩, 옥수수 등에 많은 ‘아플라톡신B1’은 버섯이나 균류에 의해 생성되는 독소로 간암 발병률을 높이는데,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살균제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그는 “농약 잔류물 때문에 죽었다는 사람은 여태껏 한 명도 보고된 적이 없지만, 음식을 통한 세균감염으로 죽은 사람은 질병통제센터에 매년 수백명씩 보고된다”고 강조한다.
유기농업에 사용되는 유기비료가 반드시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채소의 진실>이란 책을 저술한 일본의 가나와 히데오는 유기농업에 사용되는 유기비료는 ‘초산성질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벌레가 꼬인다며, 이 성분이 체내에 들어가면 고기나 생선의 단백질과 결합해 ‘니트로소아민’이라는 발암물질을 생성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비료를 쓰지 않으면 벌레와 잡초가 생기지 않는다며, 유기농업에서 더 나아가 인간의 간섭이 없는 자연재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 농산물과 영양 차이 없어
대체로 유기농식품의 안전성을 의심하는 학자들은 유기농업에 사용되는 유기비료의 안전성과 세균 감염문제를 들고 있다.
하지만 美 스탠포드 대학의 크리스털 스미스-스팽글러 박사가 지난해 유기농 식품과 일반식품 비교연구 논문 237편을 종합 분석해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일반 식품의 1/3 이상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된 데 비해 유기농 식품은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기농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3가지 이상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발견될 위험이 일반육류보다 평균 33%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유기농산물이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더 많다는 주장은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다.
반면, 유기농식품이 일반 농산물보다 영양가가 더 높다는 믿음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과일, 채소, 곡물, 육류, 닭고기, 계란, 우유의 경우 유기농과 일반 식품 사이에 영양소 함량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소비자시민모임은 ‘유기농 우유가 일반 우유에 비해 품질의 차이는 없으면서 가격은 최대 2.7배나 비싸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여기에 대해 유가공협회는 ‘유기농 우유의 영양성분은 일반제품과 동일하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유기농·관행농 호혜적 인식 필요
유기농은 대안농업이다. 생산량에서 관행농업을 능가할 수 없다. 또 소규모 영농으로 경제성을 맞추기란 쉽지가 않다. 어쩌면 유기농은 가나와 히데오의 주장처럼 인간의 간섭이 전혀 없는 자연재배로 가는 과도기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기농은 1년에 1억명씩 늘어가는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대안은 아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2011년 내놓은 <유기농업의 부정적 영향>이란 보고서는 ‘유기농업은 세계 농업의 일종의 대안이지만 대세는 아니며, 인류가 직면한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유기농업과 관행농업은 각자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야 하며, 둘 다 좋다는 호혜적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신덕 기자 l misaga@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