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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通

스타트기업이 간다 | 비비스토리

한국의 멋과 향기 전하기 위해 창업
2010년 경기도관광기념품 공모전 금상… 도자기에 접목한 비누, 향초 생산



▲우리 선조들의 아름다운 유산인 도자기를 모델로 한 비비스토리의 천연 비누와 향초.

은은하면서도 맑은 비색 위로 순백의 학들이 날아오른다. 국보 제68호인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고려시대 미술품의 대표적인 걸작으로, 세계 도자기 발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품이다.
신비로운 비취색의 고려청자와 순백의 조선백자 등 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한국의 美를 일상의 아이템으로 재탄생시킨 스타트 기업이 있다.
올해 2월 창업한 1인 기업 ‘비비스토리’는 선이 아름다운 한국의 도자기에 향기로운 향을 더해 탄생시킨 독특한 향초와 비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한국의 美 접목한 향초·비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비비스토리 오현주(35)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곳 사무실 문을 열자, 기분 좋은 향이 퍼져 나왔다.
“우리 사무실은 사람이 오면 사람보다 먼저 향기가 맞아줘요. 그러다보니 사무실에 방문하신 손님들마다 이곳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향기라고 해요. 이런 얘기를 자주 듣다보니 향을 고를 때도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향기로 가득한 사무실을 둘러보니 일회용 전기버너와 늘어선 비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조각칼이 함께 놓여 있었다. 그 옆으로는 그동안 오 대표가 작업한 작품들이 일렬로 서 있었다.
비취색의 청자부터 회색의 도자기, 보라색의 자기 등 크기는 물론 색도 다양한 도자기 형태의 비누와 향초들. 향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영락없는 도자기의 모습이었다.
“원래는 도자기 공예를 전공했어요. 졸업 후 장애인재활센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처음 비누공예를 접했죠. 비누공예 직업훈련교사. 비비스토리를 창업하기 전 저의 이력이에요.”
지난해 2월,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 5년 동안 오 대표는 장애인 재활센터에서 비누사업을 총괄하는 업무를 진행했다.
직업훈련교사였지만 단순히 비누를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이를 생산해 시중에 유통, 판매하는 업무까지, 오 대표는 비누와 관련된 사업 전반을 책임져야 했다고.
그녀는 “처음엔 그저 비누를 예쁘게만 만들면 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일까지 총괄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다보니 신경 써야 할 게 하나, 둘이 아니더라고요. 교육은 물론 재료 구입, 제품 생산, 유통, 판매 등 하루 24시간이 부족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경기도관광기념품 공모전 수상
가르치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전공인 도자기공예의 꿈을 놓지 않았다.
비누공예와 도자기공예를 접목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던 오 대표는 우연히 경기도에서 관광기념품 공모전을 알게 됐고 바로 도전했다.
한국 도자기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은 이미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무거운 무게, 파손의 위험 등으로 인해 해외 관광객들이 한국의 도자기를 쉽게 접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아름다운 한국의 도자기를 해외 관광객들이 좀 더 쉽고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도록 일상 속 재료로 만든 도자기기념품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이를 위해 오 대표는 숯과 청대, 코치닐, 황토 등 천연재료를 사용해 한국 도자기의 다양한 색을 표현했다. 또 대량생산을 위한 기계화 작업과 수작업을 병행하는 복합작업을 통해 한국 도자기의 섬세한 문양도 되살려냈다.
이렇게 오 대표가 출품한 한국의 아름다움을 품은 도자기 비누는 2010년 경기도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향초 개발, 또 다른 기회로
오 대표는 경기도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홍콩 메가쇼에 참가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도자기 비누를 가지고 참가한 첫 해외 박람회에서 오 대표는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다.
박람회 참가를 통해 해외 수출의 가능성을 확인한 오 대표는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과 함께 창업을 준비하게 됐다.
오 대표는 “해외 바이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도자기 형태에 대한 만족도는 굉장히 높았어요. 하지만 비누라는 재질에 대해서는 아쉬워하더라고요.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해외에서는 비누보다 향초에 대한 수요가 더 높았어요. 도자기 형태의 장식적인 측면을 고려해도 비누보다는 향초가 더 가능성이 있었던 셈이죠”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국내에도 양키 캔들 등 향초와 관련해 해외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2010년 당시는 국내 향초에 대한 인식이 그리 크지 않았을 때다.
그녀는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자기 향초 개발이 시급했어요. 하지만 향초는 비누와는 재질이 다른 만큼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했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수료
창업은 직장생활과는 또 다른, 새로운 도전이었다. 오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창업 관련 교육을 수강했다.
“교육을 듣다가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지원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 과정에 대해 알게 됐어요. 경쟁력이 높은 만큼 저의 사업 아이템을 평가받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바로 지원했죠. 다행이 합격했고 사무실부터 교육, 자금 등 창업과 관련해 다양한 지원들을 받을 수 있었어요.”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 오 대표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향초와 관련해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10가지 형태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오 대표는 현재 7개 디자인을 완성한 상태이다.
그녀는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기 전까지,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작업을 하면서 보내요. 내가 개발한 제품을 내가 가장 오래 사용하는 셈이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비싸더라도 몸에 좋은 재료를 찾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야 진정한 향 테라피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오 대표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오 대표는 천연 식물성 원료인 콩왁스와 팜왁스, 코코넛 오일 등을 주원료로 친환경 향초를 생산한다.
그녀는 “친환경 향초는 기존 파라핀으로 만든 향초와 달리 알레르기나 피부 및 호흡기 자극을 유발하지 않아 인체에 무해해요. 몸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제품인 만큼 단가를 낮추기보다는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이 대표는 다양한 맞춤형 관광상품 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비비스토리 제품은 기계화 작업과 수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어 1:1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에요. 그 만큼 각 지자체별로 연계한 다양한 상품 개발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해요. 세계에 한국의 미와 향기를 널리 알리는 대표 기업이 되는 게 앞으로의 꿈입니다.”


이미영 기자 l misaga@gfe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