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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通

줌인 | 베이비부머 재취업 프로그램

은퇴 후 30년, 일하는 노년 만들기
특강부터 동행면접까지 ‘취업’ 끝까지 책임져


 

 

▲①고양시 일산동구청에서 진행된 ‘베이비부머 재취업 프로그램 취업 특강’ 현장. ②붐비는 접수창구. 참가자들의 구직 열기가 잘 느껴진다. ③개회식에서 인사하는 홍귀선 경기일자리센터장.

10월 15일 오전. 고양시 일산동구청 대강당이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강연회나 발표회가 열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참석자 대부분은 나이 지긋한 중·노년층이었다. 이 행사는 흔히 베이비부머로 불리는 중· 노년층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주고, 인생 2막을 활기차게 열 수 있도록 지원하 기 위해, 경기일자리센터와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가 주최한 ‘베이비부머 재취업 프로그램 취업 특강’이 열리는 자리였다.

열기 높은 특강 현장
비가 오는 궂은 날이었지만 일산동구청의 강당은 미리 가져다 놓은 의자가 모자라 인근 회의실 의자까지 모두 동원해야 할 만큼 성황이었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되는 행사였지만 미리 행사장을 찾은 베이비 부머 세대들로 인해 접수창구는 붐볐다. 접수창구에서 구직신청서를 작성하는 참가자들의 진지한 표정에서 이들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젊은이 못지않은 취업 열기였다.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에서 베이비부머 재취업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김종문 팀장은 “참가자 중 일부는 구직신청서를 창구에 제출하지 않고 제 주머니에 넣어 주며 꼭 부탁한다고 할 정도로 진지했다” 고 현장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시간이 다가오자 접수창구에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접수창구가 10여 개가 넘었지만, 신청서를 받아가지고 다른 곳에서 작성해오는 참가자도 적지 않았다.
행사도 딱딱한 강의로만 채워진 것이 아니라, 사이사이 악기와 가수의 공연이 이어지면서 참가자들의 어색한 몸과 마음을 녹여주었다.
홍귀선 경기일자리센터장은 개회사를 통해 “베이비부머 재취업 사업은 본격적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고 생활안정과 기업체의 구인난 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 또는 능력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해 취업 성공 후, 남은 기간 동안 사회에 기여해야겠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임해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인사말을 건냈다.

5개 도시, 1,600명 대상
베이비부머는 1955년에서 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한국전쟁 이후 출산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기형적으로 늘어난 연령대다. 산업발전기를 거치며 우리나라를 지금의 부국으로 성장시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세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은퇴기를 맞으면서 갑자기 쏟아져 나온 수많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늘어난 수명과 함께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또 여전히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사장되는 이들의 경력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기도 하다. ‘베이비부머 재취업 프로그램’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이 프로그램은 크게 ‘취업특강’, ‘취업지원 교육프로그램’, ‘잡매칭 및 사후관리’ 등 3단계로 이루어진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은 ‘취업특강’. 취업특강은 안산, 고양, 수원, 성남, 의정부 등 경기도내 5개 중심 도시에서 차례로 열린다. 안산과 고양, 수원은 이미 개최됐고, 성남과 의정부는 11월 7일과 15일 각각 열릴 예정이다.
올해 참가목표 인원은 1,600명. 취업특강은 고용보험의 구직활동으로 인정된다. 취업지원프로그램은 취업특강 참가 중 구직신청서를 제출한 사람을 대상으로 각 지역별 70명씩 총 350명을 선정해 진행한 다. 이들에게는 소양교육, 현장체험, 동행 면접 등의 특전이 주어진다.
취업지원프로그램은 주 5일간 30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며,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실시된다. 현장체험은 중소기업의 현장을 돌아보고, 경영자들과 간담회 등을 갖는 시간이다.
지난해 이 과정을 마치고 현재 중소기업에서 관리직으로 근무하는 조정현(56) 씨는 “기업현장 방문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취업에 도움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는 “방문한 공장의 사출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공장장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그간 막연히 알고 있었던 플라스틱 사출에 좀 더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며 “지금 현재 근무하는 공장이 플라스틱 사출공장인데 취업당시 대표와의 면접 중 그 때 공장 방문에서 얻은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됐다” 고 말했다.



눈높이 낮추고, 기업 인식 바꿔야
동행면접은 컨설턴트와 함께 취업처를 찾아가 면접을 보는 프로그램이다. 김종문 팀장은 “회사 사정에 따라 모의면접일 수도 있고 실제면접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동행면접은 취업 성공률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한 중소기업에 관리직으로 취업한 이선구(52) 씨가 바로 동행면접을 통해 재취업한 사례다. 그는 컨설턴트와 함께 평택에 있는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 면접을 보고 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현재 이 회사의 품 질관리 담당으로 근무 중이다.
베이비부머 재취업 프로그램은 지난해 처음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8개 도시에 서 1,600명이 취업특강에 참가했고, 이 중 320명이 선발되어 179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재취업 문제는 사회적 당면 과제이지만, 넘어야 될 난관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인식이다. 기업은 베이비부머 세대를 노인으로 취급하고, 베이비부머 세대는 과거에 맞춰진 높은 눈높이가 문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관리직으로 재취업 한 김웅태(58) 씨는 재취업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과거의 자신을 버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눈높이를 낮춰 취업한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한 구직자는 대기업에서 퇴직해 중소기업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지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눈높이를 낮추고 중소기업에 취업, 여건만 된다면 70세까지 근무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다시 일에 재미를 붙인 그는 만나는 지인들에게 “눈높이를 낮춰야 해”라고 입버릇처럼 달고 다닌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이는 정책적인 문제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베이비부머 세대와 일자리 수요 등에 대한 데이터의 빈약함이다. 이들은 다양한 사업도 전개해야 하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실질적인 데이터 생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더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의 베이비부머 재취업 프로그램을 발판으로 100세 시대, 은퇴 이후 일하는 30년을 위한 장기적인 정책과 계획이 필요해 보인다.


글|이신덕 기자·사진|김영창 기자